사조그룹은 우리나라 원양어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1971년 설립된 사조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36개 계열사(국외법인 포함)를 거느린 자산 3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조그룹은 참치캔, 맛살, 어묵, 식용유 등을 팔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친숙하다. 하지만 이 중견그룹의 기업지배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는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회사는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미 ‘오너 3세’로 편법 상속이 사실상 완료된 상태다. 사조를 비롯한 중견기업들이 재벌 대기업들의 편법 상속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규제는 방치돼 있다.
사조그룹의 편법 상속 수법을 보면 대기업 뺨친다. 이 그룹의 핵심 회사는 7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조산업이다. 그런데 사조산업의
최대주주는 오너 일가가 아닌
사조시스템즈
라는 계열사
(23.75%)다.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 용역·경비업, 전산 등을 하는
비상장사
로 대부분
계열사 일감으로 매출
을 올린다
. 사조시스템즈의 대주주는 장남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40·39.7%),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68·13.7%)이다. 주 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다.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지홍 상무 → 사조시스템즈 → 사조산업 → 사조해표·사조대림·사조씨푸드 등’ 계열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분만 봤을 때 이미 3세로 승계가 완료된 상태다.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아버지가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승계를 마쳤다. 주 회장은 2015년 8월과 2016년 10월에 사조산업 지분 75만주(15%)를 사조시스템즈에 팔았다. 또 사조시스템즈는 2015년 12월 사조산업 지분 33만9000주(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했다. 이렇게 해서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은 2014년
1.97%에서 2년 만에 23.75%
로 껑충 뛰어 그룹 지배력을 갖추게 됐다.
사조시스템즈는 주식 매입에 약 480억원을 썼는데, 매입 자금은 일감 몰아주기로 마련할 수 있었다. 1982년 설립된 사조시스템즈는 자본금이 2억7천만원에 불과했지만 계열사 내부거래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0~2016년 내부거래 비중이 56~91% 등으로 계열사로부터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2010년 57억에서 지난해 318억원으로 6년 사이 6배가량 늘었고, 자산도 같은 시기 241억원에서 1541억원으로 6배 이상 커졌다. 주 상무가 주 회장의 사조산업 주식 75만주를 물려받았다면 240억원가량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 하지만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를 이용해
3조원대 그룹을 세금 한푼 들이지 않고 지배
하게 됐다. 전형적인 ‘편법승계’라는 비판에 대해 사조그룹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사조의 모습은 재벌 대기업이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주로 써먹은 편법 상속 수법이다.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SK), 한화 등은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시스템통합(삼성에스디에스·에스케이씨앤씨·한화에스앤씨)이나 물류(현대글로비스) 등을 맡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 자금을 마련하거나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올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들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상속의 물꼬를 트고, 이를 중견그룹이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식품·제약·자동차부품·제빵·화장품·가구·건설업계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자료를 보면 오뚜기, 농심, 한미사이언스, 넥센, 풍산, 에스피시, 한일시멘트, 고려제강, 영원무역, 녹십자홀딩스, 동서, 한샘 등 자산 5조원 미만 웬만한 중견기업은 대부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